K-food의 글로벌 확장세가 꾸준하게 이어지는 반면 ‘한정식 또는 백반집’은 소멸되는 중이다. 불고기, 김치, 된장과 고추장, ‘치맥’, 막걸리와 소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은 다양한 품목들이 들고 나는 한편 시대별로 트렌드가 바뀌어 왔다. 하지만 ‘한정식-백반’이야말로 포괄적 대표음식이라 할 만한데 이들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이고, 되살릴 해법은 무엇일까.

 

(자료 제공=식품산업통계정보(FIS),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 제공=식품산업통계정보(FIS),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 ‘본래 밥상’이 사라지는 이유
한국인의 밥상을 대표하는 ‘외식’은 뭐니뭐니해도 한정식과 백반이다. 한정식은 격식을 갖춘 고급 이미지를 갖고 있고, 백반(혹은 가정식)은 서민적이고 단순한 밥상 이미지를 갖고 있다. 상차림의 규모와 가격대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만 정식과 백반을 구분하는 정확한 기준은 없다. 
통틀어 ‘한식당’으로 불리는 외식업은 일식과 중식, 서양식 등의 대규모 분류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오랫동안 1, 2순위에 올라 있었지만 최근 10~20년 동안 급격히 규모가 축소되는 형국이다. 고급 한정식은 한정식대로, 저가 백반집은 백반집대로 업소가 줄어들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다수의 외식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배경을 제시한다.
첫째, 식생활의 변화와 다양한 외식 상품의 등장을 꼽는다. 외식은 이제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의 대분류가 무색할 만큼 복합적이고 퓨전화되고 있다. 특히 가정간편식(HMR)이 대체 음식으로 급성장하면서 상대적인 상차림 문화가 퇴조하고 있다. 
둘째, 경제불황과 저성장 시대의 후폭풍을 꼽을 수 있다. 물가 상승과 식재료 가격의 고공행진이 한식당들에게 직격탄을 때렸다. 팬데믹 이후 살아나던 외식업이 고물가 폭탄을 맞아 내림세를 탔는데, 반찬 가짓수가 많은 한식의 식재료 구매 부담이 가중되면서 문을 닫는 업소가 즐비해진 것이다.
셋째, 인건비와 인력 수급의 어려움도 큰 영향을 주었다. 많은 외식업 중에서 한식당은 가장 번잡할 뿐만 아니라 전문인력 양성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형 한정식집은 종업원 구하기가 어렵고 소규모 백반집도 시간제 인력조차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소위 단순 서빙을 하는 ‘아줌마’ 인력들은 식당보다 노인 돌봄 복지 서비스 분야로 이동하고 있고, 젊은 층은 한식당 취업을 기피하는 추세다. 

 

새로운 비전, 대책은 있는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외식산업경기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식 음식점업의 매출액 지수는 1분기 대비 15.7포인트 하락하며 4분기를 마감했는데 이는 다른 외국 음식점업들의 지수(15.4포인트)보다 큰 폭의 하락이다. aT는 올해 상반기 공공요금과 인건비 상승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외식업체의 경영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한식당들의 고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양학과 교수는 다음과 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이다. 식재료 가격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재료구매 계획을 세우고 재고 관리와 비효율적 구매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인력 확보 문제는 계속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외국인 인력고용도 적극적으로 모색하라고 권한다.
셋째, 식재료의 품질과 안전성 점검,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 노력이다. 다소 원론적 해법이기 하지만 한식당도 자기 개성을 가져야 하는 시대인 만큼 맛의 차별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은 숙명적 과제로 보인다.

 

국내 한식업의 차별적 비전은?
과거(2000년 이전 기준) 한식당은 개인 창업 1순위이기도 했고, 외식업 중 폐업이 가장 많은 업종이기도 했다. 즉, 가장 쉽게 창업했다가 가장 빨리 문을 닫는 업종이었던 것이다. 중식, 일식, 양식에 비해 전문성과 자본력이 떨어지는 것이 그 배경이었다. 그래서 외식업계에서는 초보 사업가들이 절대 나서면 안 되는 업종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실 한식당은 수익률이 적고, 메뉴도 복잡하며 고객들이 까다롭다는 치명적 단점들이 있다. 
반면 특유의 장점들이 있다. 외식경영 전문가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는 “익숙함과 펀안함이야말로 가장 큰 무기”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외식 중 가격 대비 성능비가 가장 좋은 메뉴라는 점에서 운영하기 나름”이라는 조언을 했다. ‘사라지는 업종’이 아니라 ‘발전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불고 있는 ‘비건’ 열풍, 채식주의 트렌드도 한식당에 유리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함바식당’의 퇴조도 눈여겨볼 대목으로 일반 한식당, 백반집의 반등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기사식당’들을 꼽을 수 있다. 기사식당은 한식당 차별화, 개성화의 독특한 사례로 메뉴를 보다 단순화하고 특정화해 까다로운 입맛들을 단골손님으로 견인하는 ‘전략 아닌 전략형’ 한식당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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